옹즈옹즈 2012. 11. 13. 13:18


생일 다음 날 쓰는 글 치곤 매우 우울한 글이 되겠군 


오늘 1500 중간고사 시험지 돌려받았다 

시험 보고 나와서 찔찔 짜면서 엄마한테 전화했던거 생각나네 

반 포기하고 봤던 시험이지만 

심지어 진짜 시험지 보고 멘붕와서 기절 반 수면 반 하다 나왔지만

마음 비우자 다음부터 잘하지 뭐 했지만

그래도 떡하니 박혀있는 F 보니까 미친듯이 허허 ㅋㅋ


자존심이 상해서 인정하기 싫었지만 '열등생'이다 나 


모리츠돋네 


진짜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나 원래 안그랬는데 쓸모없는 사람이 된거같다고 

뭐 하나 잘하는게 없다고 

게다가 환경에 지배당한거 같아서 미치겠다고 찔찔짜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시 한국에 돌아간다 한들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단거 알기에 

보내달라고는 말 못하고


그래서 어쩔 껀데 

이것도 못버티면 어떻게해?

그래 그럼 지금 이거 다 때려친다 치자 

그럼 뭐할껀데? 

그나저나 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긴 했어? 


엄마 말에 대답 하나도 못하고 



아 진짜 요즘 내가 너무 싫다 


맨날 핑계만 대고 

합리화 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은 안하고 뒤만 돌아보고 

후회하고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F 맞은게 화나는게 아니라 

그냥 요즘 내가 너무 싫다 


아 원래 나는 내가 싫었다 

근데 요즘 더 싫다 


싫으면 바꾸면 되지 

근데 바꿀 노력도 안하는 내가 싫다 



아마 또 금방 이딴 글 싸면서 자책했던거 잊어버리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되지 

난 지금 하기 싫은걸 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안되서 이러고 있는거야 

하면서 잉여짓을 하겠지 


그래서 내가 싫다 


그냥 내 자신이 답답한건데 자꾸 룸메이트네 학교네 핑계대면서 외롭다 찡찡거릴테고 

서랍 젤 위에 있는 한국에서 받은 편지들을 읽으며 과거에 집착하겠지 

거기 써있는 회장님 영재 우등생 천재 미진찬양 이딴거 보면서 자위하겠지 


그래서 내가 싫다고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꾸 벌려서 하는것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부탁 하지도 않았는데 나대서 영어과제 도와주는것도 

그냥 전부 다 내 게으름과 모지람을 합리화 시키기 위한 그런거야 


남들이 이런 글 쌀때 

마지막에 

죽어버릴까 이딴거 쓰던데 


난 그럴 용기도 패기도 없으므로 패스


아마 써도 그때뿐이야ㅋ

난 그런 애임


게으르고 찌질하고 소심하고 허세가득한 개돼지 ㅇㅇ







시발 어제 행복한 생일 맞고 

이제 진짜 성인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야지 했는데 

하루만에 이런 미칠듯한 좌절감에 빠지다니



과제고 뭐고 다 때려치고 자고싶은데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