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증이 쉬운 아이.
나는 그런 아이였던 것 같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은 많아서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
피아노, 기타, 태권도, 미술, 영어, 일어.
이것저것 많이 시작은 해봤던 것도 같은데
금세 시들시들 싫증을 느끼곤 손을 놔버리곤 했던 나.
싫증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이거였던 것 같다.
'왜 이렇게 안 늘지?'
어느 순간 찾아오는 슬럼프.
'저 사람은 나보다 늦게 시작했는데도 나보다 잘하잖아?'
괜한 자격지심.
'에이 나는 재능이 없나보다.'
그리고 쉬운 포기.
계단식 성장.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그걸 잘 이겨내야만 더 큰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머리로는 알면서도 포기가 빨랐던 아이.
그만큼 싫증도 쉬웠던 아이.
그래서 결국은
' 난 왜 이렇게 뭐든지 어중간한 걸까?'
투덜거리기만 하는 아이.
어떤 드라마였던 것 같은데
주인공 소녀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한 선배를 짝사랑하게 된다.
나와는 너무 다른사람.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
하지만 선배를 만난 이후 소녀의 꿈은 달라진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라도
선배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만큼이나 그 사람을 좋아했던거다.
그만큼이나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던 거다.
그 소녀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싫증이 쉽고 포기가 쉬웠던 이유는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가.
나는 어쩌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죽을 만큼 노력해서라도 갖고야 말겠다는 간절함을
품어본 적도 표현해본 적도 없는 거 아닐까.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어중간한 아이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저 내가 나를
어중간하게 만들어버린 걸지도.
-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강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