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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광화문 희망나눔장터 봉사 후기


요즘 계속 집에서만 뒹굴뒹굴 하는거 같아서

바람도 쐴 겸 좋은 일 하려고 봉사활동을 신청했듬


어디 멀리가기는 귀찮고 

마침 딱 집 앞 광화문에서 희망장터 행사도우미를 구한다길래

신청하고 드디어 오늘!


매일 해가 중천이 되서야 일어나다가

알람 맞춰놓고 7시 쯤 일어나니까 뭔가 상쾌하고 새나라의 어린이 된거같고

겁나 뿌듯뿌듯


여튼 후딱 씻고 옷입는데

행사 담당자님께 춥다고 패딩입고 오라고 문자왔던데

패딩은 구스밖에 없고, 구스는 너무 부할꺼같아서

걍 반팔티 입고 위에 학교 후드입고 ㄱㄱ


근데 그러길 잘했음

나 캐내디언 다됬나봉가ㅋㅋ

다른 봉사자분들 막 자켓입고 껴입고 오셨던데 

난 그나마 입고 있던 후드도 벗어재끼고 반팔로..



-



뭐든일이던 곱게 시작하면 내가 아니지


세종대왕상 앞에 모이라길래 난 뭔가 봉사자분들이 복작복작하게 집합해있을꺼라고 생각했는데 


노랑쪼끼입은 아저씨들께서 무대설치중이였음

그 중에 한 여성분 붙들고 "자원봉사왔는데요" 하니까 

일단 조끼 입으라고 노랑조끼 주시고 명단을 확인하는데 내 이름이 없는거임!


그래서 봉사 어떻게 신청하셨어요 하고 물어보길래

인터넷으로 신청했는데요.. 이러니까

어떤 부문 신청하셨는데요 콘서트요? 벼룩시장이요?

그래서 아 전 희망장터 도우미 신청했는데.. 이러니까


담당자분께서 아직 안오셨다고 오시면 확인해줄테니까 그 전까지 콘서트 준비좀 도와달라그러셔서

무대 설치랑 텐트 설치 좀 도와드리고 모래주머니 엄청 무거운거 겁나 옮기고 한참 하고 있는데 

다른 봉사자분들이 한분도 안오시고, 뭔가 이상한거..


근데 다른쪽에 갑자기 초록 앞치마 입으신 봉사자분들이 한분 두분 늘어나시더니 바글바글..

일사분란하게 장터 개장준비를 하시길래 

아 나도 저쪽인가 싶어서 노랑조끼 주신분한테 여쭤봤더니

아니라고 저기는 우리랑 상관도 없는데니까 신경쓰지마시라고..


그래도 불안해서 걍 무작정 초록 앞치마 입으신 분들한테 가서 명단 확인했더니 거기 내 이름이 뙇


나 지금까지 뭐한거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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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쩍은듯 웃으시며 제자리 찾으셨나봐요 허허 하시는 노란조끼 입으신 스텝분들한테

노란 조끼 돌려드리고 짐 챙겨서 초록 앞치마로 갈아입고 봉사 OT받는데 


처음 이 행사할때는 봉사자 분들이 40분 정도 됬는데 

이번엔 너무 줄었다며.. 행사진행팀이 6명 밖에 안된다고..

90개정도 되는 행사 부스를 5명이서 관리해야한다며 안타까워하셨다..


고작 5명도 3팀으로 나눴고

행사진행 1팀 2명

행사진행 2팀 2명

행사진행 3팀 1명

그리고 나는 3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도 나는 쏠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미진 선생님께서 좀 고생하시겠네요^^"


느에느에 

전 고생전담반입미다


왜 이런일만 있으면 난 항상..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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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진행팀이 하는 일은

불법판매자, 판매불가물품(가품, 화장품, 의약품 등) 단속


내가 생각했던건 캐나다에 가라지세일처럼

가족단위로 나와서 재활용품이나 수공예품을 예쁘게 판매하는 모습이였는데..


잡상인, 가품판매자들..

아예 그냥 장사를 목적으로 나온 사람들

개인가게 떨이 털러 나온 사람들..


봉사자들을

활동천사라 쓰고 단속반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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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판매자 분들이랑 직접적으로 부딪혀야되는 일이다보니

오후 쯤 되니까 스트레스 지수가 빠바박



"판매품 좀 확인할께요. 이게 뭐죠?"


"파스요 파스"


"의약품 판매 안되세요. 넣어주세요."


"이거 의약품 아닌데?"


"그럼요?"


"파스라니까"


"파스도 의약품이에요. 판매 안되십니다"


"그럼 안팔께"


"네, 감사합니다"


"대신 서비스로 줄께 그건 되지?"


"...안됩니다"



아가씨가 빡빡하게 군다느니

쓰잘때기 없는 일하느냐고 힘빼지말고 꺼지라느니

다른 사람은 단속 안하면서 왜 나만 갖고 이러냐느니

오늘 장사 공쳤는데 아가씨가 책임지라느니

이거 벌어서 월세내고 성금내야된다고 한번만 봐달라고 사정도 하고

딱 봐도 가품인데 정품이라고 빡빡 우기고

욕하고..


진짜 ㅠㅠ


몸이 힘든거 보다 이런게 더 힘드므니


발렌타인데이 토론토 꽃집에서의 악몽이 다시 스물스물 올라오는 시간이였음ㅋㅋ

그나마 토론토에서 이런 일에 내 멘탈을 단련시키고와서 다행이였지

예전같았으면 정말 앞치마 벗어던지고 집에 와버렸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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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손재주 좋으셔서 취미로 수공예품 만드시는 분들

정말 가족끼리 재활용품 들고 나와서 좋은 추억 만들고 싶으신 분들이 많이 많이 참여하셔서

장사를 목적으로 나오신 분들이 서서히 줄고

본 행사 목적과 맞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셔서 내가 생각했던 희망장터 분위기가 조성됬으면 좋겠다 

외국 주택가 가라지세일 같은 분위기 흐흐


아 엄마가 한국에 같이 있었으면

엄마가 만든거 들고 같이 판매자로 참가했었어도 재밌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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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도 별 일 없으면 한 번 더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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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 손장갑, 개인컵을 다 집어넣었더니

뽈록해진 앞치마

원래 뽈록했던 내 뱃살이랑 크로스!